5.24 조치 선제적 해제로 '평화공존 두 국가' 물꼬 트자

통일부,2020년 5월 20일 5.24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고 발표했으나...
공식적인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5.24 조치 선언하는 것이 깔끔...

2026-05-07(목) 11:31
[칼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오는 5월 24일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태를 이유로 남북 사이의 인적 교류 및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교역을 단절시킨 5.24 조치 16년이 되는 날이다.

5.24 조치는 △북측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금지 △남북교역 중단 △일반 국민 방북 불허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 5가지가 핵심이다. 과연 5.24조치가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북한을 변화시켜 남북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지난 16년간 남측은 북측의 공식사과와 사건 관련자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북측은 천안함 사태와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남북 공동 재조사와 선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동안 남북교류협력이 완전 중단되어 남북 모두에게 심대한 유·무형의 손해를 끼쳤다. 5.24조치의 선제적 해제는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긴장관계를 넘어 남북의 경제적 성장동력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도 매우 필요하다. 5.24조치의 선제적 해제를 공식 제의한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노딜 (NO DEAL) 이후 북은 남측의 대미 종속성과 자주통일 역량의 한계를 인식하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측에 대한 불신이다. 북은 남측과 당국 및 비당국간 모든 교류 협력을 단절하고 기존에 쌓아 온 관계도 모두 파괴했다.

그 이후 북은 미국과의 직접 담판 대화를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념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12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 국가 관계로 선언하며 결별을 선언했다. 헌법에도 적대관계 규정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다만 아직 영토 국경선 획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을 뿐이다.

적대국이라는 선언이 조건부라는데 주목한다. 즉, 남북 양측이 상대를 주적으로 보고 험한 말을 해도 서로 먼저 선제 무력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비유하자면 북은 남측과 우선 이혼을 통보하고, 당분간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은 2019년 중반 이후 남북 당국간 모든 접촉과 연락선을 단절하였다. 남북 당국간 대화 복원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희망은 남북 모두 상대가 먼저 선제공격하지 않으면 자신도 상대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 실제로는 현상유지(평화공존)를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불씨를 지혜롭게 잘 살려야 한다.

이 지점을 잘 살려서 '한반도 유사사태'를 빌미로 외세(중국,소련,미국)가 남북한 우발적 충돌시에 자동 개입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또 법·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북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하거나 무기를 지원하고, 남이 미국-이란 전쟁에 탄약을 지원하는 경우 우발적인 '한반도 유사사태'가 조성될 수 있다. 물론 북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전투병 파병 의혹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남측도 향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에 전투물자 판매와 같은 일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발언도 공식으로 철회해야 한다.

남과 북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군사정세가 더욱 엄중해진 상황에서 '한반도와 대만 유사사태'를 빌미로 외세가 한반도에 개입하거나 남북이 국제분쟁에 개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국력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측이 좀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궁하면 통한다 말이 있다. 남북 특사의 만남을 선제적으로 제안해보자. 국회도 '한반도 유사사태 방지를 위한 결의'를 선언하자. 과거 중화민국이 대일항쟁을 위해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의 국공합작을 이뤄낸 것처럼 남북은 외세의 한반도 진입을 막기 위해 우선 '한반도 유사사태'를 막아야 한다.

그 동안 5.24조치는 남측에서도 여러 차례 해제 논의가 있었다. 박근혜 전대통령도 2015년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5.24조치 해제를 남북간 직접 대화의제로 다룰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제를 반대하는 보수적 여론은 북한의 천암함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와 북한의 비핵화를 해제의 전제 조건으로 엄격하게 연계시켰으나 남북관계 현실을 볼 때, 두 가지를 북측에 당장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고 5.24조치 해제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통일부는 2020년 5월 20일 5.24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고 발표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평양 상공에 드론을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등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5.24.조치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공식 대통령령이 아니다. 5.24조치는 법률적 근거도 희박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선언되었기 때문에 5.24조치의 해제 역시 공식적인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선언하는 것이 깔끔하다. 그동안 북측도 5.24조치 해제( 및 천안함 폭침에 관한 공동조사)를 꾸준히 요구해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공존적 두 국가론'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선제적 남북화해 및 신뢰 구축조치로서 '5.24조치의 선제적 해제'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오는 5월 24일 선언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국회도 5.24 조치 해제를 만장일치로 결의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이창열대기자 leechy1190@naver.com        이창열대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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